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鬼地方
대만에서는 꼭 열 명의 사람들과 밤을 지새웠다. 귀신들의 땅에 꼭 어울리는 자아가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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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릴 때가 되어서는 비야 그치렴
열대의 날씨는 야속하게 소원을 들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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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능세계에서 경험이 배제되었습니다
나는 사실 열차가 서울역에 도착하지 않기를 희망했었습니다. 하지만 끝끝내 서로의 눈이 마주쳤고-- 나의 가능세계에서 경험이 배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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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높은 습도의 날씨가 이어지겠습니다
대신 가벼운 산책을 즐겼어요. 다소 높은 습도가 여름의 절정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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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습에 꽃이 피더라도 강우를 소망하지는 않기로 해요
침습에 무성해진 들판 사이로 어제 보지 못했던 파랑이 일었고 나는 유영을 설득당했습니다. 강우의 소망을 따라 꽃이 피는 것이라면 기상은 그 뜻을 막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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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애
레몬과자 맛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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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날씨에 툭 떨어져 굴러다니는 꽃송이가 하늘을 업신여기고
이 덥고 습한 날씨가 우습다는듯이 주황빛 꽃잎을 뽐내는 자태는 예쁘다는 감각을 넘어 멋있다는 말이 어울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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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를 오래간만에 마신 나는 이게 원래 이렇게 달았나 고민했습니다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너는 사이다를 살 것을 제안했고 나는 의심 없이 두 병의 사이다를 집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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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가 싶다가도 이내 흐려져서
감정을 정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에 기대어 약간의 비난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질투의 감정이었음을 깨닫기 위해서는 생각이 필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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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에 묶인 생각이 매질에 갇혀서
묶인 생각이 다시 한번 매질에 갇힘을 느낍니다. 잘 듣지 못했다며 서로의 존재를 다시 확인하는 절차가 나의 마음을 제한합니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는 방법은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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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울어줄 수 있어
다 보고 울면 전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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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조각의 마음이 언제까지고 남아 있으리라는 걸 아는 것
단순 반복에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추스를 수 없는 순간들이 많았기에 나에게는 고문과 같은 나날들이 많았습니다. 삿된 탈출이 필요했고 나는 또 절망합니다. 평이함을 이겨낼 자신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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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피우려는 마음을 잠시도 쉬지 않아서 四季花라 불리옵고
왜 다른 모양의 사랑을 택했나요. 계절마다 꽃피우기로 결심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나요. 마음을 멈춘 적은 없나요. 혹시 멈출 수 없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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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첩된 시간이 극광처럼 흔들리더라도
나는 몇 장의 극광 사진을 보고받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중첩된 시간이 너무나도 짧음에도— 대화의 가능성이 시각화된 존재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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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는 속도로
창경궁의 철쭉들이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뭉개지고 있었습니다. 일시성이 아름다움을 부여하는 속성이라면 기억도 그렇게 취급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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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나요
왜 우리 동네 왔는데 DM 안보냈어요. / 저 지금 테라로사예요 ㅋㅋ / 놀러가도 돼요?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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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하에 피는 탓에 성긴 마음을 가려줄 청록은
입하에 꽃이 피는 탓에 이팝나무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하얀 꽃들이 차마 가리지 못한 하늘을 청록이 가려주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듬성듬성 핀 나의 마음을 가려줄 청록도 있으면 좋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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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이 되고 싶어
그럼에도 나는 일회용품이 되고 싶습니다. 한 번이라도 효용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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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는 윤슬만이 파랑의 경계를 낱긋고
바다에 잠긴 사연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 윤슬을 만나 반짝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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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기대지 않고 잠에 든 것은 오래간만이었거든요
개운하게 일어났다는 감각이 신선했습니다. 술에 의존하지 않고 잠에 든 건 오래간만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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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야 될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고 들었어요
타인에게 접속하는 행위는 끝도 없이 자연스러워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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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엉기지 못한 향운을 조금 내몰고
기차를 놓칠세라 한 걸음이 아까운 와중에 꽃이나 찍고 있으니 어이가 없을 법도 합니다. 놓쳐도 나쁘지 않겠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간단한 핑계를 댔어요— 우리 학교에는 아직 꽃이 피지 않았어요. 향운이 맺히기에는 꽤 추운 날씨의 연속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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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죽이는 것보다 기억하지 않는 편을
기억을 회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음을 죽이는 것보다 기억을 하지 않는 편이 선사하는 안전함에 중독된 탓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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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 깊을수록 상심이 크고 아름다운 꿈은 쉽게 깨는 법
상심에 대한 공포는 오히려 더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겠습니다. 정을 떼지 않으면서 상심의 공포를 회피하는 최선의 방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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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가 떠돌아 희끗한 하늘조차
다만 어른스럽지 않은 삶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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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썬의 미개한 타입 시스템
뚜렷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풍부한 가사와 함께 전달해내는 가사가 좋아요.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들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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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랑한 꿈을 가진 사람이 좋아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를 살펴보는 모습은 누구나 사랑스러워 보이거든요. 그래서 더욱 맹랑한 꿈이면 좋겠습니다. 그 맹랑함에 속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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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한 결심으로 갈 수 있는 거리에
바빠지면 우울은 다소 보이지 않습니다. 그것이 해결책이 아님에도 당장의 효과에 속아보고 싶어요. 약간 벌어진 틈으로 불쑥 튀어나와 여유를 망쳐도 후회하지 마세요.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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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에 박힌 글에서 구조를 요청합니다
쪼그라든 사고력에 대한 나의 본능적 처방이지 않았을까요. 내일은 오늘 말하지 못한 문장을 구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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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쭈물거리는 마음도 사랑에 가깝겠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꼭 바다를 닮았습니다. 하늘이 깊다는 표현도 썩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파도 치지 않는 바다도 꽤나 예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장구를 칠 수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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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향기를 맡아본 적 있나요?
그럼에도 나의 거짓말과 아픔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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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는 내가 사련하는 파랑이 있습니다
밤하늘을 좋아하지마는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맑은 날이면 괜히 별자리를 찾아봅니다. 별자리를 잘 모르는 탓에 괜히 이어진 이름 모를 별이 기뻐할수도 있지요. 그러면 매일 맑음을 그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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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계절을 좋아하나요
여름과 겨울 중에 좋아하는 계절을 고르는 일은 어려운 일입니다. 여름과 겨울의 장단점을 꼽기 어렵다고 이야기 하는게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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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의 눈 안에서 반짝이는 빛을 봅니다
나의 눈 안에서 반짝이는 빛이 꺼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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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 없는 증명일지라도
계획에 없었던 일들이, 노력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음을 증명해보이는 모습은 꽤나 멋있습니다. 그것이 논리 없는 증명일지라도, 무계획은 원래 그런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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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전달되어 한결 따뜻한
나를 위해 준비한 것들이 나에게 오롯이 전달되어 한결 더 따뜻한 크리스마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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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은 냉동실 한 구석에 놓고 다닐래
스물다섯입니다. 그런데 다섯살 할래요. 스물은 냉동실 한 구석에 놓고 다닐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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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 한 줌의 시간을
다 흘러내릴 것을 알면서도 모래 한 줌을 꼭 쥐어보지 않나요. 그래서 한 줌이라는 말이 시간에도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 한 줌의 시간을 소중히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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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쭈물이 다소 긴 편입니다
그런데 저라는 사람이 원래 좀 그렇습니다. 우물쭈물이 다소 긴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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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써보려 합니다.
조금은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