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5. 05., 서울 중구 세종대로 99.

꽃이 지는 속도로

마음이 이미 서울에 있는데 세미나에 어떻게 집중할 수 있을까요. 평소에 들지 않는 가방과 나름 신경 쓴 옷이 연휴를 맞아 어디든 떠날 작정이라는 사실을 모두에게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랩 사람들과 점심을 함께 먹는 것은 계획되지 않은 일이었는데 몰골이 말쑥해서 다행이었습니다. 제 소심한 성격 탓에 다른 지도교수님 학생들과 그렇게 친하지 않습니다. 어떤 선배가 섞어서 앉을 것을 제안했고 나의 불안함은 꽤나 증폭되었지만 나름 대화를 잘 이끌었습니다. 식당은 곤지곤지였습니다. 이동에 위치한 한식집이었는데 가격과 맛이 둘 다 괜찮아서 앞으로도 종종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솥밥을 파는 층고 높은 한식집들은 방문했을 때 실패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2024. 05. 03.,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포항역로 1.

동기가 먼저 포항역까지 태워다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거절할 수 없는 달콤한 제안을 덥썩 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맥북도 챙기고 신발도 챙겨서 짐이 많은 상황이었는데 덕분에 너무 편하게 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 커피라도 한잔 사드려야겠어요.

2024. 05. 03., 서울 용산구 이촌동 319.

용산에서 윤빈이를 만났습니다. 닌텐도샵에서 어린이날 선물을 산 후 근처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숙대입구에 위치한 3km/h를 갈 계획이 있었습니다. 다만 숙대입구에서 저녁 식사를 할 줄 알았더라면 용산역 물품보관소를 쓰지 않았을텐데 말이죠.

2024. 05. 03., 서울 용산구 청파로43길 7 1층.

레이브 피자에서 가장 무난해보이는 피자를 주문했고, 덕분에 특별하지 않은 맛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날씨가 좋았던 탓에 활짝 열어둔 창문들로 벌레들이 침입하는게 인상에 남았습니다.

2024. 05. 03., 서울 용산구 청파로45길 13 지하1층.

몇 년 전에 추천받은 칵테일바인 3km/h를 이제야 방문해봤습니다. 나의 방문을 알리려 마론님께 DM을 보냈고 신체가 답장으로 도착했습니다. 다행히 윤빈이가 합석을 허했어요. 가격이 저렴한 탓에 방심한 나는 열 잔의 칵테일을 마셨습니다.

2024. 05. 03., 서울 용산구 청파로45길.

윤빈이는 막차 시간에 먼저 자리를 떴습니다. 남은 두 사람은 더 깊은 대화를 나누다 헤어졌고요.

2024. 05. 04., 서울 동작구. 2024. 05. 04., 서울 동작구.

오후 3시의 안국역에서 친구를 만났습니다. 창덕궁과 창경궁을 산책하고 커피를 마시다 오쏘에 방문할 작정이었습니다만 빠른 걸음 사이에 들이찬 더운 공기가 산책을 허용해주지 않았습니다. 나와 다르게 고궁 산책에 그렇게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기도 했고요. 우리는 몇몇 명소만 빠르게 둘러보고 카페로 직행할 것에 합의했습니다.

2024. 05. 04., 서울 종로구 율곡로 99. 2024. 05. 04.,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185.

혜화에 좋아하는 카페 두 군데 중 하나가 없어진 탓에 학림에 방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1956년에 개업하였으니 70살을 바라보는 중입니다. 방문할 때마다 2층 자리를 받았었는데 처음으로 창가 자리를 받았습니다. 오래된 창가로 보이는 붉은 벽돌의 거리가 꽤나 아름다웠고 그 위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신기해보였습니다.

2024. 05. 04., 서울 종로구 대학로 119 2층.

어린이날 선물로 웨이들 디 인형을 건네주었습니다. 눈이 잠깐 반짝였어요. 만족스러워하는 반짝임이었기에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커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미 커비 인형이 집에 많다는 사실은 놓쳤지만서도.

2024. 05. 04., 서울 종로구 낙산길 21 1층. 2024. 05. 04., 서울 종로구 낙산길 21 1층. 2024. 05. 04., 서울 종로구 낙산길 21 1층.

오쏘에 방문한 것은 6시 10분이었습니다. 이번주에는 죽순 트러플 파파르델레와 아마트리차나 그라탕 파스타를 선보였습니다. 알맞은 시기의 죽순은 질기지 않고 향긋합니다. 그와 함께하는 트러플 오일과 솔트가 미각을 즐겁게 자극했어요. 실패할 수 없는 조합인 토마토와 치즈를 이용한 그라탕 파스타는 -그의 말을 빌리자면- 맥주가 당기는 맛이었다고 합니다. 나는 공감한다는 듯한 끄덕거림을 내보였습니다.

옆자리 커플이 테이블의 식기 배치를 바꿔서 양 옆으로 앉으시길래 제지했습니다. 우리 파스타가 나올 자리에 앉으시면 곤란하죠. 나가는 길에는 나에게 결제는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어봤습니다. 나 직원 아니에요. 옆에서 오쏘를 맛있게 즐기는 방법을 친구에게 열심히 설명하긴 했지만.

서울에서 직장을 다닐 때에는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꼭 오쏘에서 식사를 했었습니다. 오늘 같이 온 친구는 어떤 친구냐고 나에게 물어봤어요. 어쩌다보니 오쏘를 매번 다른 친구들과 방문하고 있어서 사장님이 꼭 한번씩 물어봅니다. 나는 오늘 그 질문을 들으면서 아직도 나를 기억하고 있구나 생각하며 안도했습니다.

2024. 05. 04., 서울 종로구 낙산길 41. 2024. 05. 04., 서울 종로구 낙산길 41.

아메리카노 한 잔을 챙겨서 낙산공원에 올랐어요. 바람결에 비틀린 구름이 발그레 빛나고 있었습니다. 성곽을 따라 걸었습니다. 사진을 정말 못찍는구나. 속으로 생각했어요. 평소에 가보지 않은 길로 공원을 빠져나왔고 이름 모를 카페의 외벽에 미키마우스가 상영되고 있었습니다. 올드 팝을 부르면서.

2024. 05. 04., 서울 종로구.

퍼퓸그라피에 방문했습니다. 딥티크의 베티베리오 향기가 맡고 싶었어요. 곧 나의 기억이 베티베리오가 아니었음을 깨달았지만. 시향지에 향수를 뿌려서 서로에게 향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관심있었던 향수들이 한 장소에 모여있어서 시향하기 편했어요. 기록용 연필과 비닐도 비치되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2024. 05. 04., 서울 종로구 대학로10길 15-15 2층.

8월에 출국하면서 상탈을 사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나는 네 종류의 선택지를 제시했고 결국에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약속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달이 떠서 선선해진 바람과 인파들을 뚫고 들리는 버스킹 소리 위에서 나눈 대화였음에도 유쾌하진 않았습니다.

2024. 05. 04., 서울 용산구.

옷을 갈아입고 혼자 이태원에 방문했습니다. 작년에 한동안 다니다가 재미가 없어져서 잘 가지 않았는데 오늘만큼은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무심코 들었습니다. 새벽 3시에는 이상하게 신발끈이 자꾸 풀렸어요. 새까매진 신발끈을 묶고 있었는데 여기서 지치면 안된다고 응원을 받았습니다. 새벽 4시에는 누가 나에게 동물 머리띠를 씌워주고 도망갔습니다. 새벽 5시 반에는 첫차를 타고 친구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2024. 05. 05., 서울 용산구. 2024. 05. 05.,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지하 180.

깊게 잠들지 못한 탓에 아침 10시에 눈을 떴습니다. 윤빈이를 따라 뼈해장국을 먹었어요. 뼈해장국을 한 5년만에 먹어보는 것 같은데 살코기가 많아서 맛있었습니다. 24시간 영업하는 뼈해장국집에 대한 신뢰가 더욱 두터워졌습니다.

2024. 05. 05., 서울 동작구 양녕로 282-1 1층.

비가 오는 탓에 창문도 열지 못하는데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는 버스 기사님이 미워졌습니다.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구)캐럿을 만났습니다. 본디 덕수궁에서 산책을 즐기려고 하였으나 비가 와서 일단 약속 장소를 변경했습니다. 내가 나왔을 때에는 비가 많이 오지 않았는데 캐럿이 걷는 사이에 비가 쏟아졌는지 캐럿 혼자 진청이 되어버린 바지와 다 젖어버린 신발을 신고 있었습니다. 캐럿은 결국 슬리퍼를 사서 갈아 신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2024. 05. 05., 서울 종로구 종로3길 17 2층.

함께 핫트랙스를 둘러보았고 재미삼아 투어스 앨범도 구매했습니다. 비도 오는데 그냥 근처 카페에서 앨범깡이나 해볼 심산으로요. 둘 다 원하는 포토카드가 각각 있었는데 한 번만에 성공해서 깜짝 놀랐어요. 2.77퍼센트의 확률이었는데. 덕분에 나는 너무 큰 목소리를 냈고 금방 부끄러워졌습니다.

2024. 05. 05., 서울 중구 세종대로 99. 2024. 05. 05., 서울 중구 세종대로 99. 2024. 05. 05., 서울 중구 세종대로 99. 2024. 05. 05., 서울 중구 세종대로 99. 2024. 05. 05., 서울 중구 세종대로 99.

비가 생각보다 많이 오지 않아서 원래 가기로 했었던 덕수궁에 방문하였습니다. 석조전이 생각보다 작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돈덕전을 본따 만든 전시관이 데이트하기에 괜찮은 코스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24. 05. 05.,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11나길 31-8 1층. 2024. 05. 05.,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11나길 31-8 1층.

익선동에서 온천집에 방문했습니다. 비가 와서 그런가 웨이팅이 적어서 다행이었어요. 그렇게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온천을 본따 만든 구조물을 한옥이 둘러싸고 있었어요. — 익선동의 식당들은 모두 이런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별하지 않은 맛에 분위기 있는 건물.

2024. 05. 05., 서울 종로구 종로.

종로 포차에서의 술자리로 약속을 마무리 했습니다.

2024. 05. 04.,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185.

창경궁의 철쭉들이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뭉개지고 있었습니다. 꽃이 아름다운 이유를 잘 분간하지 못하겠습니다. 형태와 일시성. 둘 중 후자가 아름다움을 부여하는 속성이라면 기억도 그렇게 취급하고 싶습니다. 꽃이 지는 속도로 기억을 잊어버리고 싶습니다.


권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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