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07., 忠孝復興.

鬼地方

“我下禮拜就不在台灣了。” — 나는 다음주면 대만에 없어요.

대만에서는 꼭 열 명의 사람들과 밤을 지새웠다. 협박에 가까운 어조로 사랑을 취했고, 나는 이들의 마음을 동하게 할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이륙할 때에야 사랑법을 잊었구나 떠올렸다. 나에 대한 호의에 기대어 협박하는 방법을 택했구나. 어디 하나 매력적인 구석을 갖추지 못한 채로 ‘귀신들의 땅’에 또 다시 묶여버렸구나.

이후로 몇 주 관성을 따라 연락을 취하고 약속을 잡는 일련의 과정을 반복했다. 난데없이 유리조각이 손가락에 박혔다. 경종이 울렸다. 오늘은 구미에 가야 하는데. — 나의 신체보다도 만남을 우선에 두고 있는 나의 무의식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귀신들의 땅에 꼭 어울리는 자아가 아닐 수 없었다.


권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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