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12., 2-10, Lane 13, Yongkang St, Da’an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6.

다소 높은 습도의 날씨가 이어지겠습니다

라스베가스 행 항공권을 예매할 때에는 그저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네요. 물론 사후에 신청해도 된다고 들었지만, 여유가 있을 때 미리 준비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첫 출장 신청이라 많은 의문점이 있었지만, 어차피 한 번은 반려당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제출 버튼을 눌렀습니다. 행정적인 처리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은 이미 늦었다는 것을 의미하죠. 동아리 사람들과 함께 방문하지만 모두의 비행 스케줄이 제각각입니다. 그래서 비행 일정을 물어봤더니, 후배가 당장에 스프레드시트를 생성해줬습니다. 출국을 한 달도 앞두지 않은 시점이 되어서야 모두의 일정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고, 투어를 돌 수 있을 만큼 여유로운 사람은 나를 포함해 셋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어젯밤에는 프로젝트 이름을 새로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 선정했던 ‘Affinity’는 너무 흔했죠. 그래서 화학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이름을 지었고, 스스로에게 만족했습니다. 교수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모르겠지만, 크게 신경 쓰시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행동했습니다. — 언젠가 논문 형태로 선보이게 될 때쯤 이름을 밝힐 수 있지 않을까요. 연구실 노션에 새로운 프로젝트 페이지를 생성했고, 나의 생각을 정리해나갔습니다.

프로젝트가 종료됨에 따라 여러 동료의 계정을 서버에서 제거하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나는 백업을 금요일까지 하도록 요청하였으나, 제거를 시행한 것은 오늘이었습니다. rm -rf를 작성하며 내 손가락이 커서를 따라 흔들렸습니다.

의도치 않게 미리 준비한 세미나 덱은 공유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고, 나는 세미나의 존재를 슬랙에 알렸습니다. 한 바퀴의 순서가 지남에 따라 이번 주는 쉬는 주였는데도 말입니다. 나는 간접적으로 이번 주 세미나를 쉬자고 다시 제안했지만, 쉬어가자는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2024. 07. 15.,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길10번길 25 2층.

티타에서 샐러드를 저녁으로 먹었지만, 빵을 구매함으로써 의미가 다소 퇴색되었습니다. 학교로 돌아가는 길에 가진 이섭과의 통화에서 허락을 구했으니 괜찮지 않을까요. 카라멜이 잔뜩 올라간 크로플과 호두파이를 구매했습니다. 동아리방에서 스트포트의 도커 세미나가 끝나기를 기다렸고, 그제야 탄수화물을 섭취할 수 있었습니다.

맛이 없었던 호두파이에 다소 기분이 상했지만, 그것을 이유로 작업을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기존 코드를 모노레포 형태로 옮겼습니다. 그 당시에는 옮겨야겠다는 뚜렷한 이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잃어버렸습니다. VSC Python 익스텐션이 모노레포를 지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모노레포가 선사하는 DX는 꽤나 중독적입니다.

13시에 일어났지만, 11시에 교수님이 미팅을 요청하는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14시 이후로 가능하다고 알렸지만, 답장이 오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며 준비를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연구실로 출근하는 길에 교수님은 2시 반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 지금도 괜찮다는 내용이 도착했고, 나는 발걸음을 빠르게 재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팀에서 요청받은 회고 내용을 작성하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새로운 이름과 함께 진행 상황을 보고했지만, 교수님은 이름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진행 상황이 더 중요했던 것이겠죠.

동아리방에 도착했을 때, 후배는 10분 만에 세미나를 끝내려 했고, 나는 그러지 않기를 원했습니다. 이전의 발표 자료를 꺼내와 다시 하라고 주문했고, 다소 미숙한 진행에 마음 한켠이 무거워졌습니다.

출장 신청이 반려되었습니다. 교수님은 나보다 먼저 반응했고, 더 적극적으로 대응했습니다. 첨부해야 할 문서부터 신청서 제목까지 하나하나 고쳐주셨고, 나는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나도 처음 해보는 신청이었단 말입니다.

근로가 끝나는 시간을 맞춰 현이를 찾아갔습니다. 은근히 술자리를 제안했지만, 컨디션을 이유로 거절당했습니다. 대신 가벼운 산책을 즐겼어요. 다소 높은 습도가 여름의 절정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이 나의 소개를 랩미팅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프로그레스를 꽤나 있어 보이게 포장했지만, 사실 그리 부풀릴 필요도 없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양의 코드를 작성했으니까요. 사람들의 눈빛에서 흥미와 의문이 섞인 반응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랩 사람들과 함께 학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나는 혼자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늘만큼은 밀린 빨래를 반드시 처리해야 했습니다. 옷들이 방 안 여기저기에 산처럼 쌓여 있었고, 그 틈새로 겨우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세탁기를 돌려놓고 침대에 잠깐 누웠는데, 그만 깊은 잠에 빠져버렸습니다. 저녁 무렵에 깨어났을 때, 하루 종일 잠이나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피곤했거든요. 건조기를 돌리기 위해 잠깐 일어난 사이, 낮에 나눈 대화가 떠올랐습니다. 신입생 분이 개강 이전에 본가에 있을 것이라고 했고, 그에 따라 동기 분이 그 전에 한 번 모이자는 이야기를 했었죠. 나는 놓치지 않고 카톡으로 술자리를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밤에 잠깐 눈을 떴을 때, 교수님께서 이번 주 세미나는 온라인을 병행하자는 메시지를 보내셨습니다. 나는 이 소식을 랩 사람들에게 전달하며 내일 볼 것을 요청했습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침대에 누웠지만, 머릿속은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했습니다. 새로운 프로젝트, 세미나 준비, 밀린 빨래와 끝나지 않은 작업들. 하지만 다시 잠에 빠져드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피로가 나를 잠으로 이끌었으니까요.

스터디 세션이 있었던 탓에 일찍 일어나야만 했지만 다소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점심을 함께하기로 한 우리는 학식 메뉴에 대한 불만을 품고 리스트 식당으로 향했습니다만 원했던 코스가 매진되어 식권만 사러온 사람들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는 학식으로 향할 것을 다시 합의했습니다. — 뜻밖에도 소보로 비빔밥은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어제 정해진 저녁 약속을 위해 오랜만에 연구실에서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Python 함수 시그니처를 Protobufs 형태로 변환하는 컴파일러에서 타입 힌트를 얻기 위해 런타임에 의존하는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를 정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Pyright를 도입하려 했으나, 문서화가 부족하여 나는 헤맬 수밖에 없었고, 결국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문서화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2024. 07. 18., 경북 포항시 남구 상대로 107 1층. 2024. 07. 18., 경북 포항시 남구 상대로 107 1층.

초복이 월요일이라 메뉴 선정 과정은 자연스럽게 닭 요리로 귀결되었습니다. 누구도 뚜렷한 제안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마고닭’을 제안했습니다. 약간의 불안감이 있었지만, 다행히도 맛은 훌륭했습니다. 모두가 재방문 의사를 밝히며 만족해했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습니다.

쌍사를 배회하며 우리는 음주를 즐겼고 마셨고 나는 내일 있을 세미나가 약간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만 잠깐 접어두기로 결정했습니다.


권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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