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5. 12., 경북 포항시 남구

꽃을 피우려는 마음을 잠시도 쉬지 않아서 四季花라 불리옵고

2024. 05. 12.,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2024. 05. 12.,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약속은 12시였습니다만 나는 11시부터 한참을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물리적으로 서성이진 않았어요. 1시간이나 일찍 나왔다는 사실은 시계를 잘못 보았다는 거짓말로 감춰둔 채 나는 독서를 했습니다. 김초엽 작가의 ‘파견자들’을 마저 읽었어요. 다행히도 1시간 안에 남은 분량을 모두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 읽어볼 책도 마음 속으로 정했습니다. 박상영 작가의 ‘1차원이 되고 싶어’. 이미 읽어본 책입니다만— 핫보이와 대화를 나누며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체스와 준오님을 지곡회관 앞에서 만났습니다. 체스와 술을 마시며 준오님이 포항에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일요일에 같이 밥이나 먹자고 저번주에 이야기했었습니다. 나는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윉카페나 갈 작정이었지요. 다행히 어젯밤에 체스가 나의 기억을 되짚어주었고 나는 약속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2024. 05. 12.,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길2번길 15 1층.

그릴리언트에 방문했어요. 바베큐가 생각보다 늦게 나오는 탓에 툴툴대고 있는 와중에 나온 음식은 나의 불만을 잠재우기에 충분했습니다. 고기를 폭력적으로 먹고 싶었던 찰나였었는데 마침 나의 소원에 딱 맞는 식사를 즐길 수 있었기에 대단히 만족스러웠습니다.

2024. 05. 12.,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길10번길 18 1층 101호.

카페도 방문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준오님을 생각해서 티타에 가려고 했는데 일요일에는 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어요. 대신에 우리는 커들러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몇몇의 먹을거리를 앞에 놓은 채로 나는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역시 사회는 야생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어요.

2024. 05. 12., 경북 포항시 남구.

나는 이제서야 윉카페에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유강에 위치한 카페예요. 이름이 특이한 탓에 기억할 법도 한데 생소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내가 오래간만에 방문한 탓은 아닐 것 같습니다. 윉카페는 썸머의 홈 카페거든요. 오늘은 테라로사 대신에 썸머의 집에서 일기를 작성했습니다.

2024. 05. 12., 경북 포항시 남구.

썸머, 쩡원과 함께 카페에서 곱도리탕을 먹었습니다. 곱도리탕을 시켜먹을 수 있는 카페라니 최고의 카페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글을 다 적지 못한 탓에 나는 카페에 혼자 남겨졌고 그 사이에 쩡원과 썸머는 쌈 채소들을 사왔어요. 곱도리탕에 쌈 채소를 곁들일 생각을 하다니 너무 천재적인 발상이지 않나요. 이 쌈 채소들 사이에 고수가 끼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여러분은 이들의 천재성을 경외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끝나지 않았다면서 썸머가 내온 크룽키가 식사를 완벽하게 만들었습니다.

2024. 05. 12., 경북 포항시 남구.

산책을 제안했어요. 썸머는 이맘때쯤 장미가 피지 않냐며 형산강에 장미를 보러가자고 했습니다. 장미가 피어있다는 사실은 모른 채로 제안한 산책이었는데 말이죠.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매년 썸머, 쩡원과 함께 장미를 구경하고 있습니다. 밤 시간대의 장미가 더 예쁜 것 같습니다. 항상 장미를 밤에 관찰한 탓에 그 색채와 대비에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카페로 돌아가는 길에 쩡원은 달팽이를 두 마리 챙겼습니다.

2024. 05. 13.,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아이슬란드에 가고 싶어 졌습니다. 핀란드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캐나다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오로라가 보고 싶어요.

2024. 05. 13.,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학식을 먹고 연구실에 출근했습니다. 버그들을 고쳤어요. 연구 실험 코드에서 특정 코드에 패치를 적용하기 전에 내용물을 롤백하는 부분을 추가했습니다. 팀 프로젝트의 코드에서 커스텀해서 사용하고 있는 데이터로더의 배치 인덱스가 잘못된 부분도 고쳤습니다. 요즘 내가 짜는 코드에 실수가 잦아요. 유닛 테스트를 그때 그때 짜는 습관을 들여야하나 싶습니다.

협업을 위해 슬랙에 신설된 채널에서 아무 이야기가 오고 가지 않길래 화두를 몇 가지 던져두었습니다. 서로 편하게 질문하고 공유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2024. 05. 13., 경북 포항시 남구.

어디선가 어떤 경로로 Long Slow Distance를 접하고 오늘부터 당장 태우와 해보기로 했습니다.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페이스 600으로 8km를 뛰었어요.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지루함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는 계속해서 고민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수요일에 부처님이 오시는 탓에 미팅이 내일로 옮겨졌었는데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내일 데이터를 정리하려고 했습니다만 급하게 날 것의 데이터를 뽑아서 미팅을 준비했습니다. 이럴 계획이 아니었는데 말이죠.

2024. 05. 14., 경북 포항시 남구 대이로 109 1층 104호.

연구실 동기와 케이크를 픽업하러 갔습니다. 스승의 날을 맞아 교수님께 케이크와 꽃을 전달해드리기로 했거든요. 다른 동기가 픽업해온 꽃다발을 챙겨서 미팅에 들어갔습니다. 나는 숨을 참은 채로 들어갔어요. 긴장해서 그랬다는 것은 아니고요— 촛불이 자꾸 꺼지려고 하는 탓에 그 요인을 하나라도 줄여보자는 마음가짐이었습니다. 케이크와 꽃을 본 교수님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던 것 같습니다. 스승의 날이 어색하실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우리가 교수님의 첫 스승의 날을 챙겨주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도 특이한 경험으로 자리할 것 같습니다.

2024. 05. 14.,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약간의 후회를 했습니다. 케이크를 픽업하면서 동기가 커피 살 생각 없냐고 물어봤었는데 사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였습니다. 오늘이 이렇게 피곤하고 힘들 줄 몰랐어요. 연구실 사람들에게 커피를 마시자고 소리질렀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하지 않았을 행동입니다만 오늘은 너무나도 힘들었어요. 고어라운드에서 동기들과 약간의 담소를 나눴습니다.

미국 출장 일정을 바꾸기 위한 온몸 비틀기를 시작했습니다. 작년에 이미 베가스에 방문한 터라 무슨 놀 거리가 더 있겠냐고 생각하면서 출장 일정을 다소 빡빡하게 맞춰두었었습니다. 하지만 동아리 사람들이 라스베가스에 방문하는 일정을 세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약간 변했어요. 나도 같이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제 항공권 변경이 가능한지 문의를 넣어 두었었습니다. 변경이 가능하대요. 교수님께도 허락을 구했습니다. 앞에 3일 정도 더 먼저 가도 된대요. 마지막으로 행정 선생님께 출장 관련 문의를 넣었습니다. 답장이 없으십니다.

2024. 05. 14.,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집중이 잘 되지 않아서 늘어져있던 찰나에 나는 한 통의 메일을 받고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학생지원팀에서 메일이 왔어요. 글로컬 사업의 일환으로 대학원 신입생들에게 장학금을 준다는 내용의 메일이었습니다. 얼떨결에 100만원이 생겼고 나는 갑자기 생긴 여행 자금에 환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2024. 05. 14., 경북 포항시 남구.

어제 8km를 뛴 탓에 오늘은 4km만 뛰었습니다. 요 근래에 러닝 거리를 5에서 8km로 늘린 탓에 4km가 아주 짧게 느껴졌어요. 페이스가 처음보다 빨라진 탓도 있고요. 페이스 630으로 4km도 힘들어 하던 때가 있었다는 사실이 새롭습니다.

2024. 05. 15.,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동네 친구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본가가 부산인 사람한테 포항에 무슨 동네 친구가 있냐고 물어보실 수 있겠지만 포항에 5년 살아보세요. 생깁니다.

원래 11시에 만나서 같이 점심을 먹으려고 했지만 내가 늦잠을 자버렸어요. 각자 밥을 먹고 티타에서 만나서 각자 할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효자까지 나가서 밥을 먹을까 하다가 그냥 버거킹에서 밥을 먹었어요.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버거킹에서 동기를 만났고, 효자까지 차로 태워주겠다고 먼저 제안해주셨어요. 덕분에 편하게 약속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고, 하루 빨리 면허가 따고 싶어졌습니다.

친구가 나보다 늦게 올 것 같아서 잠깐 커들러에 들렀습니다. 오래 있을 생각은 아니었기에 레몬 마들렌을 하나 시켰을 뿐인데 사장님께서 서비스로 우유 한 잔과 말차 샌드를 챙겨주셨습니다. 학교 앞 가게 사장님들과 친해지면 이런 점이 좋은 것 같아요. 사장님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눴습니다.

티타에서 친구와 접선했어요. 오렌지에이드는 처음으로 주문해보았는데 쇼케이스에서 오렌지를 꺼내서 즉석에서 착즙하시는 모습을 보고 맛있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직접 착즙한 탓에 달지 않은 오렌지에이드를 정말로 좋아하거든요.

2024. 05. 15.,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길10번길 25 2층. 2024. 05. 15.,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길10번길 25 2층.

친구와 접선해서는 딱히 대화를 나누지도 않고 서로 할 일을 했습니다. 나는 실험을 위한 기능 개발이 바빴고 친구는 자격증 시험을 앞두고 공부가 바빴습니다. 기존에 쓰던 프롬프트가 맞지 않는 형식의 출력을 내뱉을 때가 많아서 형식을 바꾸는 작업을 수행했어요. 프롬프트만 수정한다고 뚝딱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맞는 파싱 로직을 새로 짜야 했기 때문에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화요일에 코딩을 많이 하지 않은 탓에 비축해둔 집중력으로 기능을 빠르게 구현할 수 있었어요. 실험을 돌리는 것은 오늘 목표한 사항이 아니었습니다만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2024. 05. 15.,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길10번길 25 2층.

티타에서 식사까지 해결했습니다. 티타를 최근 들어 자주 방문했는데 식사류는 오늘이 처음이었어요. 시금치 파스타를 주문했습니다. 크림 소스에 시금치가 첨가되어 초록 빛깔을 띄는 파스타였는데, 시금치 덕분인지 크림 소스임에도 불구하고 크게 느끼하지 않아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동아리방으로 출근을 감행했습니다. 출근이라는 표현이 꼭 연구를 열심히 했다는 뜻으로 귀결되지는 않습니다. 출장 일정을 바꾸기 위한 온몸 비틀기를 우선 마무리했어요. 행정 선생님으로부터 출장 일정을 변경해도 된다는 내용의 메일을 받고 각종 작업을 일사천리로 진행했습니다. 여행사를 끼고 예매를 한 탓에 항공권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여러 지뢰를 밟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 장거리 비행부터는 그냥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바로 예매를 해야겠어요. 남의 돈이라면 더더욱.

마침 또 동아리방에 함께 여행을 갈 메이트인 부우가 있어서 호텔을 같이 골랐습니다. 연장된 출장 일정에 대해서 잘 곳이 필요하잖아요? 부우가 여러 호텔을 이미 찾아본 터라 손쉽게 호텔을 정할 수 있었습니다.

어제 돌려둔 실험의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아무리 봐도 이상했어요. 눈으로 대충 확인했을 때 잘 수행되었어야하는 파일에 대해 태깅이 잘못 되어있었습니다. 원인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어요. 임시 파일을 이용하여 컨테이너에 코드를 전달하는데 그 과정에서 임시 파일에 대해 flush가 수행되고 있지 않아서 빈 파일이 컨테이너에 전달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수행한 실험들이 모두 헛짓거리가 되어버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버그를 찾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실험을 모두 다시 돌렸어요.

2024. 05. 16., 경북 포항시 남구.

오늘은 혼자 러닝을 했습니다. 페이스 600으로 8km를 뛰는 것이 알맞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했습니다. 화요일에 페이스 510으로 4km를 뛴 것보다도 지치지 않았어요.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수행하는 것이 지방을 감소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습니다. 오늘 나만의 8km 코스도 확립했겠다 당분간은 계속 8km를 뛸 것 같습니다. 다만 발목에 부담이 많이 전달되는 탓에 러닝을 2-3일에 한번만 하려고요.

나는 포항 버스가 미워요. 12분 거리를 위해 30분을 기다렸습니다. 학교 앞에서 이동까지 넘어가는 노선은 하나 뿐인데 지곡 주택단지를 한바퀴 둘러서 가는 주제에 배차 간격까지 이 모양이니 반감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버스 노선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무한정 기다렸어요.

병원을 방문했다가 다이소에 방문했습니다. 효자로 돌아가는 버스의 배차 간격이 20분이길래 다이소에서 시간을 때우다가 시간을 맞춰서 나갈 작정이었습니다. 그런고로 한 10분만 있을 작정이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써버렸어요. 지난주에 다이소에서 산 콜렉트북을 기억하시나요. 1mm도 되지 않는 차이 때문에 티켓을 온전히 보관할 수 없는 그 콜렉트북이요. 그래서 결국 티켓을 보관할 용도의 A5 6공 바인더를 새로 샀습니다. 혹시나 또 사이즈가 맞지 않을까봐 바인더 속지를 3종류로 구매했어요. 마스크팩도 샀습니다. 이전에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메디필 마스크팩을 사용해보았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좋더라고요.

2024. 05. 17.,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길10번길 25 2층.

티타에 방문해서 샐러드를 주문했습니다. 점심을 먹지 못한 탓에 점심 겸 저녁을 먹을 심산이었습니다. 지난번에 파스타를 주문할 때 포스텍 학생 할인이 되었던 것이 생각나서 물어보니 샐러드는 안된다고 하시더라고요. 대신 서비스로 빵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사실 요즘 티타를 자주 방문한 탓에 사장님이 얼굴을 기억해주셔서 그런 것 같아요. 티타에 더 자주 방문해서 사장님께 확실히 얼굴 도장을 찍으려고 합니다.

샐러드만 먹은 것은 아니에요. 실험도 열심히 했습니다. 모델이 더 좋은 코드를 생성하게 하는 것보다 우리가 원하는 포맷으로 값을 내뱉도록 엔지니어링을 많이 했습니다. 정규식을 고쳐보기도 했고, 포맷을 고치기도 했고, 프롬프트를 고치기도 했어요. 파인튜닝 없이 언어모델을 길들이는 작업은 생각보다 많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2024. 05. 17.,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헤일리의 과잠을 수령해주러 가는 길에 헤일리와 영상통화를 했습니다. 헤일리는 지금 튀르키예에 있어요. 여기와 6시간의 시차가 나는 곳에 있어요. 연결이 좋지 못한 탓에 모든 내용을 주고 받지는 못했습니다만 헤일리가 행복해보여서 다행이었습니다.

2024. 05. 17.,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분위기를 환기할 겸 동아리방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번에는 팀 프로젝트를 위한 코딩을 수행했어요. 주말동안 스트포트가 실험을 돌릴 수 있도록 여러 기반을 준비했습니다. FGSM이 제대로 구현되었는지 검증하고 커스텀 데이터로더가 잘 작동하는지 검증했어요. 여러 함수들도 추가적으로 구현해두었습니다. 이 정도면 되었겠지 생각하면서 스트포트에게 나머지 작업을 맡겼습니다.

2024. 05. 18.,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핫보이와의 두시간 반의 전화 통화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와 길게 전화 통화를 한 것은 오래간만이었지만 덕분에 하루를 행복하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2024. 05. 18.,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길10번길 32.

달팽이책방에 갈까. 티타에 갈까. 커들러에 갈까. 어디서 작업을 하면 좋을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무지개 팔찌를 착용한 탓에 달팽이책방으로 결정했습니다. 루이보스 밀크티를 한 잔 주문해두고 책들을 구경했습니다. 오늘만큼은 책방지기님이 내어놓은 이번주 신간보다 소설 서가에 눈이 더 갔습니다. 여러 제목을 살펴보다 ‘파과’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나는 책을 고를 때 내용물보다는 뒷표지에 적혀있는 설명을 읽어보는 편입니다. 파과의 뒷면에 간단하게 서술된 시놉시스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작가님의 친필 편지가 가장 앞 페이지에 적혀있었다는 사실은 책을 구매한 뒤에나 알 수 있었습니다.

‘1차원이 되고 싶어’를 가방 한 구석에 넣어두긴 했지만 읽을 틈이 없었어요. 주말동안 하겠다고 호언장담한 작업이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거든요. 대회 측에서 제공해준 컨테이너 스크립트가 호스트 머신에 의존성을 가지고 있는 탓에 병렬화가 되지 않아서 이 부분을 해결하겠다고 선언해둔 상태였습니다. docker:dind 이미지를 이용하면 되겠다고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시도해보니 잘 되지 않았습니다. 할애한 시간에 비해 뚜렷한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고 나는 풀이 약간 죽었습니다.

2024. 05. 18., 경북 포항시 남구 대이로143번길 12. 2024. 05. 18., 경북 포항시 남구 대이로143번길 12.

원래 오늘 저녁에는 다훈님과 술을 마시기로 했었습니다. 다훈님이 갑자기 포항에 내려왔어요. 조조님과 함께. 시간 되냐는 질문에 된다고 답하셨습니다만 시간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전날 다훈님이 과음을 한 탓에 함께 음주를 즐길 수는 없었습니다. 대신 함께 낙성대곱창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몇 개월만의 방문이었지만 곱의 맛은 그대로였습니다. 낙성대곱창만큼이나 맛있는 곱창과 막창 구이를 먹어본 적이 없어요. 우리는 순식간에 6인분을 해치웠습니다.

2024. 05. 18.,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밤에는 영화를 봤어요. “친절한 금자씨.” 박찬욱 감독의 천재성을 다시 한 번 엿보는 동시에 나는 마음 한 구석에서 허무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3년의 세월을 준비한 금자의 복수가 죽음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넣었습니다.

四季花

2024. 05. 12., 경북 포항시 남구.

”보통 꽃은 한 해에 두 번 필 수가 없지만, 四季花 만큼은 四時를 독차지하여 환하게 꽃을 피운다. 꽃을 피우려는 마음이 잠시도 쉰 적이 없다.”

언젠가 장미를 잘 관리하면 사계절 내내 피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나는 그 말을 의심 없이 믿었어요— 장미마다 다름을 인정하지 못한 채로.

이름을 잃어버린 장미에게 몇 가지 질문을 남기고 싶어졌습니다. 왜 다른 모양의 사랑을 택했나요. 계절마다 꽃피우기로 결심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있었나요. 마음을 멈춘 적은 없나요. 혹시 멈출 수 없었나요.


권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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