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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였습니다.
날이 밝으면 짐 싸서 포항으로 돌아가기를 요구하셨습니다.
늦게까지 놀았다는 이유로 화를 내는 두 분이 참으로 이해되지 않았어요. 캐물었습니다. 내가 잘못한게 뭐냐고. 걱정된다는 대답이었습니다. 몰아붙였습니다. 걱정되는 이유는 뭐냐고.
둘은 대답을 회피했습니다.
당장에 집을 나왔습니다. 포항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생각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걱정의 이유로 사랑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통제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을 헷갈리신걸까.
돌이켜보면 사랑한다고 말해준 적이 내 일평생 없으셨습니다. 캐묻고 몰아붙여도 그 말 만은 끝내 안하시더군요. 덕분에 뭔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걷잡을 수 없었습니다.
소수자성. 모난 성격. 못난 외모. 잘난 것 없는 집안. 폐급 대학원생. 알코올 중독. 비만. 계획 없는 소비. 불필요한 고집. 끊임 없는 비교. 부족한 눈치. 강요. 강박. 불안.
아—
수요 없는 인간.
권민재